사업자등록증
모든 사업의 법적 출발점으로, 홈택스 온라인 신청 시 통상 며칠 안에 발급되고 비용도 거의 들지 않는다. 다만 음식점 영업신고, 통신판매업 신고처럼 업종별 별도 인허가가 먼저 필요한 경우가 많다.
한국에서 회사를 등록하는 절차 자체는 세계 어디보다도 쉽다. 홈택스에서 사업자등록을 신청하면 보통 며칠 안에 사업자등록증이 나오고, 별도의 자격시험이나 학위 요건도 없다. 하지만 통계청과 중소벤처기업부가 해마다 집계하는 신설 사업체 가운데 압도적 다수는 벤처 투자를 받는 스타트업이 아니라 편의점, 카페, 식당 같은 생계형 자영업이다. 한국의 자영업자 비율은 오랫동안 OECD 평균의 두 배 가까운 수준을 유지해 왔고, 이 나라에서 '기업가'라는 말이 가리키는 현실은 실리콘밸리형 서사보다 훨씬 넓고 훨씬 힘겹다.
동시에 한국은 민간 자본시장이 주도하는 미국식 벤처 생태계와는 다른 경로로 성장했다. 중소벤처기업부와 그 산하 창업진흥원, 정부 모태펀드를 운용하는 한국벤처투자, TIPS 같은 민관 매칭 프로그램이 초기 자금의 상당 부분을 대며, 서울 강남 테헤란로 일대에 액셀러레이터와 투자사가 밀집해 있다. 정부 주도형 지원 구조는 진입 장벽을 낮췄지만, 매출이 아니라 지원사업 일정에 맞춰 회사를 운영하는 관행이라는 부작용도 함께 낳았다.
KAIST, 서울대 등 주요 공과대학은 창업휴학제, 캠퍼스타운 사업, 교내 창업지원단을 통해 재학 중 팀을 꾸리고 시제품을 만들 수 있는 경로를 제공한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지정하는 '창업선도대학'들이 정부 지원사업과 학생 창업팀을 잇는 통로 역할을 한다.
K-Startup 플랫폼을 통해 예비창업패키지, 초기창업패키지, 청년창업사관학교, TIPS로 이어지는 단계별 사업화자금과 멘토링을 받으며 회사를 키우는 경로다. 창업진흥원과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이 이 사업들을 설계하고 집행한다.
삼성전자 C-Lab처럼 대기업이 사내에서 아이디어를 먼저 검증시킨 뒤 별도 법인으로 분사시키는 프로그램을 거쳐 창업하는 경로다. 회사원으로 몇 년간 쌓은 업계 지식과 인맥을 그대로 사업 밑천으로 가져간다.
새 제품을 발명하는 대신 검증된 브랜드의 운영권을 사서 시작하는 경로로, 한국 자영업자 다수가 여기 속한다. 퇴직금이나 명예퇴직 위로금을 종잣돈 삼아 편의점, 치킨집, 카페를 여는 경우가 특히 흔하다.
모든 사업의 법적 출발점으로, 홈택스 온라인 신청 시 통상 며칠 안에 발급되고 비용도 거의 들지 않는다. 다만 음식점 영업신고, 통신판매업 신고처럼 업종별 별도 인허가가 먼저 필요한 경우가 많다.
벤처기업육성에관한특별법에 따른 인증으로, 세제 혜택과 정책자금 우대를 받을 수 있다. 기술평가보증형, 연구개발형 등으로 나뉘며 인증 기업은 2023년 기준 약 4만 개에 이른다.
민간 액셀러레이터나 벤처캐피털(TIPS 운영사)이 먼저 투자를 결정하면 정부가 연구개발 자금을 매칭 지원하는 기술창업 대표 프로그램이다. 딥테크·바이오 창업팀 사이에서는 사실상의 품질 인증서로 통한다.
이공계 기술창업의 대표 산실로, 창업원과 기술경영전문대학원(MOT)이 재학생과 졸업생의 딥테크 창업을 지원한다. 정부의 '창업선도대학' 사업에도 꾸준히 이름을 올린다.
공과대학과 경영대학의 창업 강좌, 서울대기술지주회사를 통한 연구실 기술 사업화가 대표적인 경로다. 관악구 일대 캠퍼스타운 사업과도 연결돼 있다.
경영전문대학원인 SKK GSB가 벤처·창업 트랙을 운영하며, 삼성과의 산학 협력을 발판 삼은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으로 알려져 있다.
LINC+ 사업단과 창업지원단이 오랫동안 중기부의 '창업선도대학'으로 선정돼 왔으며, 공학 계열 학생 창업팀 지원 비중이 특히 높다.
예비창업패키지, 초기창업패키지 등 정부의 핵심 창업지원 사업을 실제로 설계하고 집행하는 기관으로, K-Startup 플랫폼을 운영한다.
정부 모태펀드를 민간 벤처캐피털에 출자해 국내 벤처 자금의 상당 부분을 간접적으로 공급하는 기관이다. 순수 민간 자본시장이 아니라 정부 출자가 생태계의 큰 축을 이루는 한국적 구조를 보여준다.
국내 시중은행들이 공동 출연해 세운 스타트업 지원 기관으로, 강남 테헤란로 인근에서 초기 창업팀에게 사무 공간과 투자 연계, 데모데이를 제공한다.
2010년부터 초기 스타트업에 소액 투자와 멘토링을 제공해 온 국내 대표 민간 액셀러레이터 중 하나로, 이후 등장한 여러 액셀러레이터의 참고 모델이 됐다.
벤처투자와 액셀러레이터, 초기 인재 대부분이 서울, 그중에서도 강남 테헤란로 일대에 몰려 있다. 지방에서 창업하면 투자자를 만나기 위해 정기적으로 서울을 오가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초기 자금의 상당 부분이 매출이 아니라 정부 지원사업에서 나오다 보니, 사업 계획서를 지원사업 심사 기준에 맞춰 쓰는 관행과 지원사업을 옮겨 다니며 연명하는 이른바 '보조금 헌터' 현상이 함께 지적된다.
한국의 자영업자 비율은 OECD 평균의 두 배 가까운 수준이며, 그중 다수가 편의점, 치킨집, 카페처럼 진입 장벽이 낮은 업종에 몰려 있다. 통계청 조사에서 자영업 폐업 건수는 꾸준히 신규 창업 건수에 근접하거나 이를 넘어서는 수준으로 나타난다.
남성 창업자에게 병역 의무는 실질적인 경력 단절이며, 전문연구요원처럼 병역을 연구·기술 개발로 대체하는 제도의 정원은 해마다 축소되는 추세다. 과거 대표이사 연대보증 관행이 남긴 재창업 낙인도 아직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한국에서 창업의 진입장벽은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축에 속한다 — 사업자등록은 하루 이틀이면 끝난다. 그런데도 이 나라의 창업 지형은 정부의 손이 유난히 크게 개입한 시장이라는 점에서 독특하다. 예비창업패키지에서 TIPS까지 이어지는 정부 지원사업 사다리는 자금이 부족한 창업자에게 현실적인 동아줄이지만, 동시에 시장이 아니라 심사위원을 설득하는 능력이 생존을 좌우하는 왜곡을 낳기도 한다.
숫자로 보면 이 직업의 한국적 얼굴은 유니콘 창업자보다 동네 편의점과 카페를 운영하는 자영업자에 훨씬 가깝다. 스타트업 서사가 주목받는 동안에도, 오랜 자영업 과잉과 높은 폐업률은 이 나라에서 '기업가'가 된다는 것이 여전히 위험을 각자 짊어지는 일임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