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는 시작 비용이 극단적으로 낮지도, 높지도 않은 종목이다. 라켓과 신발, 공 한 통이면 코트에 설 수 있고 이 세 가지의 합계는 20만원대에서 시작한다. 그런데 실제로 돈이 나가는 곳은 장비가 아니라 시간당 요금이다. 한국에서 테니스를 계속 치는 데 드는 비용의 대부분은 레슨비와 코트 대관료이며, 이 둘은 사는 지역과 실내·실외 여부에 따라 세 배 이상 벌어진다. 아래 금액은 모두 2025년 한국 시장의 입문자 기준이다.
또 하나 미리 알아야 할 것은 한국 테니스가 사실상 복식 종목으로 굴러간다는 점이다. 코트 수가 인구에 비해 크게 부족해 한 면에 네 명이 들어가는 복식이 표준이 되었고, 클럽 정기 운동과 지역 동호인 대회 대부분이 복식으로 열린다. 그래서 혼자 벽치기와 단식 스트로크만 다듬은 사람은 6개월 뒤에도 게임에 낄 자리를 찾지 못한다. 발리와 포치, 파트너와의 위치 이동을 남들보다 일찍 배우는 것이 한국에서 테니스를 오래 치는 가장 실질적인 요령이다.
장비와 예산
라켓 (입문용 프레임)
입문가 8~25만원
가장 먼저 사되 가장 서둘러 사면 안 되는 물건이다. 첫 한두 달은 레슨장 대여 라켓으로 여러 종류를 쥐어본 뒤 사는 편이 낫다. 무게 285~300g, 헤드 사이즈 100~105제곱인치가 무난하다. 260g 이하의 지나치게 가벼운 라켓은 초보에게 편해 보이지만 충격 흡수를 못 해 오히려 테니스 엘보를 부른다. 프로 선수 이름이 붙은 모델은 대부분 315g 이상의 상급자용이니 피하고, 이월 모델이나 정품 중고를 노리면 같은 성능을 절반 가격에 살 수 있다.
테니스화 (코트 전용화)
입문가 8~18만원
장비 중 유일하게 타협하면 안 되는 항목이다. 러닝화는 앞뒤 추진력에 맞춰 설계되어 좌우 지지력이 없고, 테니스의 급격한 옆방향 정지에서 발목이 그대로 꺾인다. 아웃솔은 하드코트용과 클레이용이 다른데, 한국 코트는 하드와 모래를 뿌린 인조잔디가 대부분이므로 하드용 또는 올코트용을 사면 된다. 밑창이 닳으면 미끄러짐이 급격히 늘어나므로 주 2~3회 치는 사람 기준 6~9개월마다 교체한다.
스트링과 스트링 작업
입문가 1회 2~4만원
라켓 가격에는 대개 저가 스트링이 매여 있고 이건 소모품이다. 초보는 나일론이나 멀티필라멘트를 45~50파운드로 매는 것이 정답이다. 프로가 쓰는 폴리에스터는 컨트롤이 좋은 대신 충격이 딱딱해 근력이 덜 붙은 팔꿈치에 부상 위험이 높다. 텐션은 낮을수록 공이 잘 나가고 팔이 편하니, 힘이 부족하다고 느낄 때 라켓을 바꾸기 전에 텐션부터 2~3파운드 낮춰보는 것이 훨씬 싸게 먹힌다.
테니스공
입문가 3개들이 한 통 8천~1만 5천원
레슨 중에는 강사가 공을 대주므로 처음부터 살 필요는 없다. 게임을 시작하면 클럽에서 새 공을 돌려가며 부담하는 것이 관례라 한 달에 한두 통 정도가 든다. 압축 공기가 든 프레셔 볼은 개봉 후 2~3주면 탄성이 떨어지고, 뚜껑을 닫아둬도 마찬가지다. 혼자 벽이나 볼머신 연습을 할 때는 탄성이 오래 가는 논프레셔(연습용) 공을 따로 사두면 경제적이다.
오버그립
입문가 3개입 5천~1만원
손잡이 위에 덧감는 얇은 소모품 테이프로, 값은 가장 싼데 경기력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 땀에 젖어 미끄러운 그립은 라켓을 무의식적으로 꽉 쥐게 만들고, 이 과도한 악력이 팔꿈치와 손목 부상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 주 2~3회 치는 사람은 2~4주마다 갈아준다. 그립이 손에 비해 가늘면 오버그립을 한 겹 더 감아 두께를 맞출 수 있다.
라켓 가방
입문가 3~12만원
미뤄도 되는 항목이다. 처음에는 라켓 구매 시 딸려오는 얇은 커버로 충분하고, 라켓이 두 자루 이상이 되고 공과 여벌 옷을 들고 다니게 될 때 사면 된다. 다만 여름철 차 트렁크에 라켓을 두고 다닐 생각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고온은 스트링 텐션을 빠르게 죽이고 그립 접착을 녹이므로, 단열층이 있는 가방이 라켓 수명을 실제로 늘려준다.
기능성 의류와 모자
입문가 상하의 3~10만원
당장은 아무 운동복이나 입어도 되지만 한국에서는 모자와 자외선 대책이 예상보다 빨리 필요해진다. 공공 코트는 거의 전부 실외이고 동호회 운동이 여름 낮이나 이른 아침에 잡히기 때문이다. 클럽에 따라 상의에 옷깃이 있는 복장을 권하는 곳도 있으니 가입 전 확인해두면 좋다. 발가락 쪽이 두툼한 테니스용 양말은 한 켤레 5천~1만원인데, 물집과 발톱 손상을 줄여주는 대비 효과가 가장 큰 소액 지출이다.
시작하는 순서
레슨 자리부터 확보한다
한국에서 테니스를 시작할 때 첫 관문은 실력이 아니라 자리다. 실내 테니스장과 인기 공공 코트의 강습은 대기가 길고, 지자체 체육시설 강좌는 분기별 추첨으로 뽑는 경우가 많다. 거주지 구청 체육시설, 국민체육센터, 사설 실내 테니스장 세 곳을 동시에 알아보고 등록 시점을 맞추는 것이 현실적이다. 라켓은 아직 사지 말고 대여를 쓴다.
팁 레슨은 주 2회 이상이어야 의미가 있다. 주 1회 30분 레슨은 지난주에 배운 감각이 사라진 상태에서 다시 시작하는 일이 반복돼, 같은 돈으로 두 배 느리게 는다. 예산이 빠듯하면 레슨 횟수를 줄이지 말고 레슨 기간을 짧게 끊어 집중하는 편이 낫다.
포핸드와 백핸드, 그리고 발 (1~4개월)
첫 몇 달은 사실상 그라운드스트로크 두 개를 만드는 시간이다. 포핸드는 세미웨스턴 그립과 오픈 스탠스, 백핸드는 대부분의 초보에게 양손이 정답이다. 이 단계의 목표는 세게 치는 것이 아니라 열 번 중 여덟 번을 네트 너머 상대 코트 안에 안정적으로 보내는 것이며, 여기까지 오면 아주 느린 랠리를 이어갈 수 있게 된다.
팁 초보의 실수는 대부분 스윙이 아니라 발에서 나온다. 상대가 공을 치는 순간 가볍게 뛰어 착지하는 스플릿 스텝 하나만 몸에 붙여도 도달 범위가 눈에 띄게 넓어진다. 또 벽치기는 생각보다 위험한 연습이다. 벽은 공을 너무 빨리 되돌려주기 때문에 백스윙을 생략하는 나쁜 습관이 굳는다.
서브와 발리, 그리고 점수 읽기 (4~8개월)
스트로크가 자리를 잡으면 서브와 발리를 붙인다. 이 둘이 되어야 비로소 게임을 할 수 있다. 동시에 15-30-40, 듀스와 어드밴티지, 6게임 2점 차, 타이브레이크로 이어지는 점수 체계를 몸에 익힌다. 코트에서 점수를 소리 내어 부르는 것은 서버의 몫이라, 스코어를 못 세면 게임에 들어가서도 계속 물어보게 된다.
팁 서브는 처음부터 컨티넨탈 그립으로 배워라. 포핸드 그립으로 배운 서브는 당장은 쉽게 들어가지만 스핀을 걸 수 없어 세컨드 서브가 만들어지지 않고, 나중에 반드시 처음부터 다시 배워야 한다. 테니스에서 재교정에 가장 오래 걸리는 기술이 바로 서브다.
복식 게임에 들어간다 (6~12개월)
한국에서 테니스가 실제로 벌어지는 형태는 복식이다. 코트 너비가 트램라인만큼 넓어지고, 두 명이 앞뒤로 서며, 포인트의 상당수가 네트 앞에서 발리로 끝난다. 파트너와 나란히 움직이는 기본 대형, 서버 파트너의 포치, 로브가 넘어왔을 때 누가 쫓아가는지 같은 약속을 배우는 단계다. 이때부터 실력이 아니라 게임 수가 실력을 만든다.
팁 복식 초보가 가장 빨리 환영받는 방법은 강하게 치는 것이 아니라 서브를 두 번 실패하지 않는 것이다. 더블폴트는 파트너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실점이라 팀 전체의 사기를 깎는다. 세컨드 서브는 세게 넣을 생각을 버리고 스핀을 걸어 무조건 넣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
동호회에 가입한다
레슨만으로는 게임 상대와 코트를 구할 수 없다. 한국에서 클럽 가입은 친목보다 인프라 확보에 가깝다. 클럽이 지자체 코트를 정기적으로 확보해두고 있고, 그 시간표에 들어가는 것이 개인이 매번 예약 경쟁을 뚫는 것보다 훨씬 쉽기 때문이다. 지역 테니스협회 등록 클럽, 직장 동호회, 온라인 카페 기반 모임이 대표적인 경로다.
팁 가입 전에 반드시 확인할 것은 회비가 아니라 초보에게 게임을 얼마나 주는지다. 실력 위주로 판이 짜이는 클럽에서는 신입이 두 시간 나와 한 게임도 못 뛰고 공만 줍다 돌아오는 일이 흔하다. 정기 운동 요일과 시간대도 중요한데, 상당수 클럽이 평일 새벽 6시대에 모인다.
첫 대회, 초심부와 신인부
한국 동호인 대회는 등급제로 운영된다. 남자부는 대체로 초심부에서 시작해 신인부, 개나리부, 국화부를 거쳐 최상위인 자강부로 올라가며, 명칭과 단계는 지역과 주최 단체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대부분 2인 1조 복식이고 예선은 짧은 세트나 4게임 단판, 노애드로 빠르게 치른다. 시군구 생활체육대회가 부담 없이 첫 발을 들이기 좋은 무대다.
팁 초심부에서 우승하면 다시는 초심부에 나갈 수 없다. 승급은 대체로 되돌릴 수 없어서, 실력이 덜 여문 상태로 급하게 올라가면 상위 부서에서 1회전 탈락만 반복하며 오히려 실전 경험이 줄어든다. 첫 두어 해는 승급을 목표로 삼지 말고 같은 등급에서 경기 수를 쌓는 편이 실력에는 훨씬 이롭다.
유지 비용
한국 시장 기준이며 지역·시기에 따라 달라집니다.
흔한 부상과 예방
테니스 엘보 (외측상과염)
종목 이름이 붙었을 만큼 흔하며, 역설적이게도 프로보다 초보에게 훨씬 잦다. 원인은 백핸드에서 손목을 접어 치는 동작, 스윗스팟을 벗어난 타점, 그리고 라켓 세팅이다. 예방은 세 가지가 구체적이다. 첫째, 스트링을 폴리에스터가 아닌 나일론이나 멀티필라멘트로 45~50파운드에 맞춘다. 둘째, 지나치게 가벼운 라켓을 피한다. 285g 이상의 라켓이 진동을 대신 흡수해준다. 셋째, 백핸드를 양손으로 시작한다. 통증이 시작되면 쉬는 것만으로는 잘 낫지 않으므로 전완근 신전근의 이심성 강화 운동을 병행해야 한다.
어깨 충돌증후군과 회전근개 손상
서브와 스매시처럼 팔을 머리 위로 들어 올리는 동작이 반복되면서 생긴다. 특히 몸통 회전과 다리 힘을 쓰지 못하고 팔로만 서브를 넣는 초보에게서 빨리 나타난다. 예방의 핵심은 서브를 팔 운동이 아니라 전신 운동으로 배우는 것이며, 트로피 자세에서 무릎을 굽히고 몸통을 회전시키는 순서를 익히면 어깨 부담이 크게 줄어든다. 여기에 세라밴드를 이용한 어깨 외회전 강화를 주 2~3회 병행하고, 한 번의 연습에서 전력 서브를 60~80개 이상 몰아 치지 않도록 개수를 관리한다.
발목 염좌
테니스에서 가장 흔한 급성 부상이다. 좌우로 급하게 방향을 바꾸고 멈추는 동작이 계속되는데, 러닝화를 신거나 밑창이 닳은 신발을 신으면 발목이 그대로 꺾인다. 예방은 장비에서 시작한다. 반드시 코트 전용화를 신고 주 2~3회 사용 기준 6~9개월마다 교체한다. 모래를 뿌린 인조잔디 코트는 모래가 한쪽으로 몰린 구간이 미끄러우므로 경기 전 코트 정리 브러시를 한 번 돌리는 습관이 실제로 부상을 줄인다. 한쪽 다리로 서서 균형을 잡는 단순한 훈련도 재발 방지에 효과가 크다.
아킬레스건염과 파열
30~40대에 테니스를 다시 시작한 사람에게 특히 위험하다. 정지 상태에서 앞으로 폭발적으로 튀어 나가는 동작이 아킬레스건에 순간적으로 큰 부하를 걸기 때문이며, 파열은 대개 예고 없이 첫 게임 초반에 일어난다. 예방은 워밍업의 형식을 바꾸는 데서 시작한다. 정적 스트레칭 대신 가벼운 조깅과 사이드 스텝, 짧은 대시로 10분 이상 몸을 데운 뒤 코트에 들어간다. 계단 끝에서 뒤꿈치를 천천히 내리는 종아리 이심성 운동을 주 2~3회 하고, 운동 빈도를 늘릴 때는 주 1회에서 곧바로 주 3회로 뛰지 말고 단계적으로 올린다.
정리하면 첫 진입 비용은 라켓과 신발, 소모품을 합쳐 20~45만원 선이고, 이후 매달 나가는 돈은 레슨과 코트 사용료를 합쳐 20~40만원이 일반적인 범위다. 레슨을 그룹으로 돌리고 공공 코트를 쓰는 클럽에 들어가면 월 15만원 아래로도 충분히 유지할 수 있고, 수도권 실내 코트에서 개인 레슨을 병행하면 월 50만원을 넘기기도 한다. 어느 쪽을 택하든 첫해에 장비를 두 번 사는 것만 피하면 예산은 대체로 관리된다.
그리고 한국에서 테니스를 오래 치는 사람과 1년 안에 그만두는 사람을 가르는 것은 실력이 아니라 게임 자리를 확보했는지 여부다. 레슨만 받고 클럽에 들어가지 않으면 배운 것을 쓸 곳이 없어 흥미가 먼저 식는다. 스트로크가 어느 정도 들어가기 시작하는 6개월 무렵, 아직 부족하다고 느끼더라도 복식 판에 들어가는 편이 낫다. 테니스는 코트에서 배우는 것이 레슨에서 배우는 것보다 결국 많아지는 종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