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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의 모든 것

역사학자로 살아남기 — 한국의 임용고시·학예사·국책연구기관

한국에서 역사학 전공자가 실제로 밥벌이하는 길 — 중등 역사교사 임용고시, 박물관 학예사 자격시험, 국가유산청 학예연구직, 국사편찬위원회와 한국학중앙연구원의 연구직까지 정리한다.

한국에서 '역사학자'라는 직함으로 봉급을 받는 사람은 드물다. 이 나라에서 역사 전공을 밥벌이로 바꾼 사람들은 대부분 중고등학교 역사교사, 박물관·미술관 학예사, 국사편찬위원회나 국가유산청 같은 공공기관의 연구직으로 흩어져 일한다. 한국사가 대학수학능력시험 필수 과목이자 대부분의 공무원시험 과목이라는 사실은 한국사 지식에 대한 사회적 수요를 꾸준히 만들어내지만, 그 수요가 곧바로 학계 일자리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인문대학 구조조정과 학령인구 감소는 사학과를 통폐합의 첫 대상으로 만들었고, 국정 역사교과서 논란과 동북공정 대응처럼 역사 서술이 곧장 정치 쟁점이 되는 일이 되풀이되며 이 직업은 다른 나라보다 자주 공적 논쟁의 한가운데 놓인다. 그럼에도 조선의 사관 전통을 국가가 여전히 재정으로 뒷받침하는 국사편찬위원회, 세계적으로 드문 국비 지원 한국학 대학원인 한국학중앙연구원처럼 이 나라에만 있는 제도는 지금도 작동한다.

한국의 숫자

1946년 (국사관으로 출범)국사편찬위원회 설립
1978년, 경기 성남한국학중앙연구원 설립
한국산업인력공단 시행, 연 1회준학예사 자격시험
2024년 5월, 문화재청에서국가유산청 개편

한국에서의 진입 경로

  1. 1

    중등 역사교사

    임용고시

    사범대학 역사교육과나 일반 사학과에서 교직을 이수해 중등학교 정교사(2급) 자격증을 딴 뒤, 시도교육청별 중등교사 임용후보자 선정경쟁시험에 합격해야 한다. 한국에서 역사 전공으로 가장 많은 사람이 실제로 밥벌이를 하는 경로이지만 과목별 선발 정원이 매우 좁다.

  2. 2

    박물관·미술관 학예사

    석사+실무

    사학·고고학·미술사 석사 학위와 실무 경력을 쌓아 준학예사 자격시험에 합격하거나 경력으로 정학예사 자격을 취득한 뒤, 국공립·사립 박물관의 학예연구사 채용에 지원한다. 국립중앙박물관 같은 대형 기관부터 지방 시립 박물관까지 채용 규모와 처우 편차가 크다.

  3. 3

    국가유산청·지자체 학예연구직

    공무원시험

    학예사 자격을 갖춘 뒤 국가유산청이나 시도 문화재과가 시행하는 학예연구직 공무원시험에 합격해 문화재 조사, 지정, 보존 행정을 맡는다. 일반 행정고시와는 별도의 전문직 공채로, 선발 인원이 해마다 소수에 그친다.

  4. 4

    대학교수·국책연구기관 연구원

    박사 8~10년+

    사학과 학사에서 국내외 박사까지 마친 뒤 국사편찬위원회, 한국학중앙연구원 같은 국책연구기관의 전문위원·연구원이나 대학 교수로 임용된다. 세계 어디서나 좁은 길이지만, 국내 사학과 정원 축소로 최근 몇 년 사이 더 좁아졌다.

국내 자격·면허

한국사능력검정시험

국사편찬위원회

역사학자 자격증은 아니지만 사실상의 진입 관문이다. 공무원시험 다수 과목과 여러 공기업·언론사 채용에서 가산점이나 응시 요건으로 요구되며, 역사학 전공자에게는 최소한의 공인 스펙으로 통한다.

정/준학예사 자격증

한국산업인력공단 등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이 정한 국가전문자격으로, 준학예사는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연 1회 시행하는 시험으로, 정학예사(1~3급)는 학력과 실무 경력 심사로 취득한다. 박물관·미술관 학예직 채용의 사실상 필수 요건이다.

중등학교 정교사(2급) 자격증

역사/한국사

사범대학 역사교육과를 졸업하거나 일반 사학과에서 교직 과정을 이수해야 발급되며, 이 자격증이 있어야 비로소 중등교사 임용시험에 응시할 수 있다.

국내 학과와 대학

서울대학교

국사학과·동양사학과·서양사학과

국내 대학 중 유일하게 사학을 세 개 학과로 나누어 운영하며, 이 편제 자체가 한국 역사학계에서 이 학교가 갖는 위상을 보여준다.

고려대학교

사학과

사립대 사학과 중 가장 오랜 전통을 지닌 곳 중 하나로, 국사·동양사·서양사를 한 학과 안에서 함께 가르치는 다수 대학의 표준적 편제를 따른다.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

국비, 경기 성남

국가가 출연한 대학원으로 한국학 전공 석박사 과정의 등록금과 생활비를 지원하며, 부속 장서각의 고문서를 바탕으로 한국사 연구자를 다수 배출해왔다.

한국교원대학교

역사교육과, 충북 청주

교원 양성을 목적으로 설립된 국립 특수목적대학으로, 역사교육과는 중등 역사교사를 배출하는 대표적 기관 중 하나다.

주요 취업처

국사편찬위원회

교육부 산하

조선왕조실록을 비롯한 한국사 사료를 수집·번역·편찬하는 국가기관으로, 사료연구위원과 편사연구관으로 역사학 박사급 인력을 채용한다.

한국학중앙연구원

경기 성남

한국학 전반을 연구하는 국가출연연구기관으로, 장서각 고문서 관리와 한국학 백과사전 편찬 등에 역사학 연구자를 고용한다.

국립중앙박물관 등 국공립 박물관

학예연구직 공채

학예연구사 공개채용으로 역사학·고고학 전공자를 뽑으며, 서울의 국립중앙박물관부터 각 지방 시립·도립 박물관까지 채용 규모와 처우 격차가 크다.

시도교육청

중등 역사교사 임용

17개 시도교육청이 각자 정원을 정해 중등 역사교사를 임용하며, 수도권과 지방의 선발 규모와 경쟁률 차이가 뚜렷하다.

현실적으로 알아둘 것

임용고시라는 좁은 문

역사과 중등교사 선발 정원은 다른 과목에 비해 적은 경우가 많아, 사범대 역사교육과를 졸업하고도 여러 해 기간제교사로 지내거나 임용을 포기하는 사람이 드물지 않다.

학예사의 비정규직 비중

지방 시립·군립 박물관과 소규모 미술관은 학예사를 기간제나 무기계약직으로 채용하는 경우가 흔하고, 급여와 고용 안정성 모두 대형 국립기관과 큰 차이가 난다.

역사 서술의 정치화

국정 역사교과서 논란, 동북공정 대응, 뉴라이트 역사관을 둘러싼 공방처럼 학문적 판단이 곧장 진영 대립으로 번지는 일이 되풀이되어, 역사학자가 정치적 압력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수도권 집중

국사편찬위원회, 한국학중앙연구원, 대형 국립박물관, 주요 대학원이 서울과 경기에 몰려 있어, 지방에서 훈련받은 연구자가 지역에 남아 이 일을 계속하기는 쉽지 않다.

한국에서 역사를 업으로 삼는 길은 대학 강단보다 교실과 박물관, 관공서를 통해 더 자주 열린다. 임용고시 합격증과 학예사 자격증, 국책연구기관의 연구직 자리가 이 나라에서 역사학 전공을 실제 밥벌이로 바꾸는 관문이다.

국사편찬위원회와 한국학중앙연구원 같은 기관은 조선의 사관 전통을 국가가 여전히 재정으로 뒷받침한다는 증거이지만, 그 예산과 정원은 해마다 배출되는 인문대 졸업생을 다 받아내지 못한다. 이 길을 택한다면 학문적 훈련 못지않게 이 좁은 자리를 둘러싼 경쟁의 지형을 미리 알아둘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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